[새영화] '지금은 통화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존 웨인은 거시기가 작아. 그래서 총을 좋아하지" . 다 큰 딸들 앞에서도 걸쭉한 농담을 즐기고 여의사를 추근대는 아버지. 그러나 "모성애가 내 인생을 구속할 순 없다" 며 떠나버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잔정 많은 인물이다.

그에겐 세 딸이 있지만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돌보는 건 자기 이름을 딴 잡지를 창간해 유명 인사가 된 첫째 조지아(다이앤 키튼)도, 이제 막 유명 탤런트의 길에 들어선 막내 매디(리사 커드로)도 아니다.

캐리어 우먼은 아니지만 아들 건사하랴 언니, 동생 뒤치닥거리하랴 바쁜 둘째 이브(멕 라이언)가 효녀다.

영화의 전반부는 세 자매의 속사포 같은 수다 처럼 정신없이 빠르게 진행된다.

서로 바빠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없는 이들을 맺어 주는 건 휴대폰이다.

언제 아버지가 급사할 지 모른다는 강박증에 싸인 이브는 자다가도 벨소리만 나면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인 줄 알고 화들짝 놀란다.

'전화 중독' 에 걸린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또 전화가 얼만큼 인간적 거리를 메꿔주는 유용한 소통장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만큼 현대인에게 전화는 '병' 이자 '약' 이다.

코미디이지만 가족간의 따뜻함을 바닥에 깔고 있어 찡한 맛도 있다.

여전히 앙증맞은 멕 라이언, 메카폰까지 직접 잡고 연기까지 해낸 다이앤 키튼, 능청스러운 아버지 역의 월터 매튜가 조화를 이뤘다.

8일 개봉.

이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