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주 '거품' 논란]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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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미국 나스닥시장은 요즘 세계 증시의 진앙으로 불릴 만하다. 지구촌 증시의 중심지표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데 이 나스닥시장이 소위 인터넷 성장주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폭락에 이어 4일에도 나스닥지수는 한때 5백74포인트나 빠지며 공황상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의 상승세가 결국 거품에 힘입은 것인가 하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틀 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모디글리아니(81)박사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며 이런 우려를 증폭시켰다.

"인터넷을 비롯한 소위 첨단기술주들은 상당부분 거품" 이라며 "주가가 기업실적 등 내실에 근거하지 않고 잔뜩 부풀려진 성장가능성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기대가 무너지면 순식간에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 고 경고한 것이다.

이런 여파로 인해 인터넷 주식의 대표주자로서 시장을 주도하던 아마존이나 야후의 주가가 크게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 결과 4일 현재 나스닥지수는 올해 최고치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이에 대해 월가는 대체로 두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품이 드디어 걷히기 시작했다' 는 반응과 '도약을 위한 바닥 다지기' 라는 분석이다. 아직은 어느 쪽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큰 폭의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토를 다는 사람이 없다.

레그 메이슨의 수석 시장분석가인 리처드 클립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 사이 나스닥의 주요 인터넷 주식들은 보통 3~4배 올랐고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도 두배 이상 늘어났다" 며 "따라서 최근 조정기간 중 설령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해도 이를 폭락장세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는 의견을 피력했다.

월가의 다른 분석가는 "최근의 장세를 첨단기술주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보면 곤란할 것" 이라고 말했다.

4일 폭락장세 속에서도 시스코나 인텔 등 첨단종목들은 상승세를 보여 결국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식들은 앞으로도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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