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기한 휴진만은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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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또 집단 휴진사태로 이어질 기세다.

지난해 11월 의약분업 준비를 위해 의보약값 실거래가 상환제도가 시행되면서 그에 따른 수입손실을 보전하라고 요구해온 대한의사협회는 며칠 전 정부가 의보수가 평균 6% 인상을 결정하자 그 정도로는 안된다며 30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의사협회는 수가의 현실화 주장 외에도 약사의 임의조제와 대체조제 가능성 등 의약분업안 전반에 대해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시행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의사들이 의약분업안에 반발해 무기한 휴진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물론 전문의약품 비율 확대 등 의협 주장에 경청할 부분이 없는 게 아니나 그들은 의약분업의 기본원칙에 합의하고 세부방안을 논의하고 합의한 핵심 주체다. 합의 이후 문제점이 발견됐다면 합리적 절차를 거쳐 바로잡는 게 지식인 단체들이 취할 자세다.

무엇보다 불만 표출 방식이 잘못됐다. 의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전문가로 특별한 직업의식이 요구된다.

요즘 방송 중인 TV드라마 '허준' 이 인기를 끄는 것도 환자 돌보기를 천명으로 알고 실천하는 주인공의 남다른 자세가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들은 어떤 이유로도 환자의 진료와 치료를 거부해서는 안된다. 이미 두차례 휴진을 한 바 있는 의사협회가 또다시 휴진을 강행한다면 주장의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국민적 반감만 살 수 있다. 더구나 무기한 휴진이라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여러가지 주장 중 의사들의 요구는 의보수가의 현실화로 압축된다. 정부측에서도 의사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의약분업에 따른 수입손실을 보전한다는 기본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의 의보수가 6% 인상에 이어 분업시행 직후 수지분석을 통해 처방료를 재조정하고, 장기적으로 수가계약제 등 단계적인 수가체계 개편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의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나 모든 것을 단숨에 해결하려는 무리수를 써선 안된다.

어렵게 시작하는 의약분업이다.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고 의료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의약분업이지만 국민의 부담과 불편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시행착오가 적지 않을텐데 정부와 관련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준비를 하기는커녕 집단휴진이다, 법적 대응이다 하며 국민을 볼모로 삼아 흥정을 벌여서야 되겠는가.

무슨 이유로도 의약분업의 기본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의사단체는 무기한 집단휴진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의보수가는 의사들의 일방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실수입 파악 등을 통해 조정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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