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 하니발·현대 맥도웰 1,2차전서 진가 발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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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프로농구 SK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현대보다 매우 공세적으로 경기를 이끌고 있어 주목을 끈다.

도전자라는 입장과 '올라운드 플레이어' 로데릭 하니발을 보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SK는 2차전에서 하니발을 멋지게 활용해 재미를 봤다.

하니발은 현대의 추승균.이상민.조니 맥도웰을 차례로 전담 마크하며 초반 호조를 보였던 현대의 기세를 꺾어 패하긴 했으나 종반까지 숨막히는 승부를 연출했다.

현대는 SK가 공격에서도 하니발 카드를 이용, 추승균.이지승의 파울을 유도하자 센터 출신 김재훈으로 맞섰다.

SK가 센터의 긴 패스를 조상현.황성인 가운데 1명이 연결받는 '원 레인 속공' 을 사용하는데 비해 현대는 2~3명이 함께 달리는 '멀티 레인 속공' 을 구사한다.

따라서 빅맨 3명이 기용되면 빠른 경기를 하기 어렵다. 현대는 김재훈을 기용해 수비에서는 그런대로 성공했지만 속공기회는 줄었다.

여기까지는 SK가 먼저 작전을 걸고 현대가 대응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맥도웰을 '스윙 카드' 로 활용, 흐름을 반전시켰다.

맥도웰은 SK 서장훈과의 골밑 싸움이 불리하자 외곽슛으로 승부를 걸었다. 맥도웰은 이날따라 슛이 잘 들어갔다.

서장훈이 따라다니기 어려워 하니발이 도와줘야 할 정도였다. 여기서 승부가 엇갈렸다. 서장훈은 쉴새없이 터지는 외곽슛에 짜증이 났고 SK는 집중력을 잃었다.

현대의 조성원에게 가로채기를 당해 주저앉는 장면은 경험이 부족한 SK의 약점을 드러낸 것. 남자 경기에서 첫패스를 끊어 골로 연결하는 상황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1, 2차전을 통해 하니발-맥도웰은 어떤 선수보다 위협적인 존재임을 확인시켰다. 여기에도 변수가 있다. 누구든 먼저 부상이나 체력이 떨어져 페이스를 잃으면 그 순간 소속팀의 명암까지 갈린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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