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도 수도 분할은 없어…대선때 세종시 원안 추진 발언 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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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얼굴) 대통령이 27일 밤 TV로 생중계된 ‘특별 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해 과거 세종시 관련 발언을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했던 세종시 원안 추진 발언에 대해 “정치를 오래 해본 사람이 아니라서 막상 유세를 할 때 처음엔 어정쩡하게 말했다가 선거일이 가까워지니 자꾸 말이 바뀌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결정했으니 원안대로 해야 한다고 분명히 얘기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내가 이 안을 바꾸는 것이 국가적으로나 도민들에게 도움이 되더라도 혼란이 오고 사회 갈등이 일어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때는 ‘내 임기 중에 그대로 편하게 지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임기 중에 부처를 옮길 것도 아니고 골치 아프니 원안대로 그냥 하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은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게 이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건의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가 정치적으로 편하기 위해 내일 국가가 불편한 일을 그대로 할 수는 없다”며 “먼 훗날이 아니라 다음 임기에서 벌써 저는 역사에 떳떳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 배경을 밝혔다. 또 “ 내가 좀 불편하고 욕을 먹고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수정해야 되겠다”며 “역사적 소명을 갖고 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세계 어떤 나라도 수도를 분할한 곳은 없다”고 했다.

정치권의 수정론 반대론자들을 향해선 “(정치적) 위치가 달라지니까 반대를 하는 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치적인 계산이 있다든가 정치적 야욕이 있다면 나도 반대 했을것이다. 반대하는 분들 중 다음 정권 대통령이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역사에 서로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하자. 정치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시 대안에 대해선 “교육·과학이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내년도 경제성장과 관련해 “5%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대통령은 또 "4대 강 예산을 복지에 쓰라는 것은 한마디로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남북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며 "두 번 찾아가서 만났기 때문에 한국에 와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번 한번만은 더 장소가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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