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BOOK] 미국의 쇠락을 말하는 여러 가지 징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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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국의 몰락
가브리엘 콜코 지음 지소철 옮김
비아북, 243쪽 1만4500원

“미국이 확실하게 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불확실성 뿐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가브리엘 콜코의 말이다. 콜코는 윌리엄 애플먼 윌리엄스, 하워드 진과 함께 초기 신좌파 운동을 주도한 학자다. 캐나다 요크대 명예교수로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와 기업의 관계에 천착해 왔다.

콜코는 제국의 필수요소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중심으로 한 미국이 더 이상 초월적 힘을 발휘하는 패권국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 이유로 중앙은행이 통제 할 수 없는 금융시스템, 미국의 불안정한 대외정책, 특히 중동정책의 한계 등을 꼬집었다. 금융위기에 대해 저자는 “정말 심각한 것은 구조적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각국의 중앙은행들과 IMF등 현존하는 국제기구가 지금과 같은 현실에 대처할 수 있게 설계돼 있지 않으며 현실을 통제할 힘과 지식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좌파들만이 미숙하고 순진한 건 아니다”며 “사건의 진로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보수주의자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이념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도 미국의 혼란을 부추겼단다. ‘공산주의’란 적(敵)이 없어져 동맹이 시들해졌고, ‘테러리즘’에 맞서고자 했지만 오히려 적의 힘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만 낳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그는 2차대전 이후 가장 비싼 전쟁이 된 이라크전, 이란과의 대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유럽, 자기기만과 정치적 편의성으로 자초한 정보의 한계 등을 쇠락의 요인으로 꼽았다. 콜코는 “부시대통령에게서 미국의 쇠락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제 미국은 자국을 능가할 국가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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