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등친 '왕손'…장영자씨에 21억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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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속여 1980년대와 90년대 두차례 어음사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큰손' 장영자(張玲子.55.여.사진)씨와 은행지점장 등을 상대로 56억원을 가로챈 일당 2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林安植)는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윤원희(尹元姬.41.여).정의언(鄭義諺.59)씨 등을 구속했다.

尹씨 등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張씨의 집에서 "전직 대통령의 조카다. 대통령 아들의 비자금을 구권 화폐로 관리하고 있는데 수표로 바꿔주면 추후 사업상 편의를 봐주겠다" 고 접근, 21억원 상당의 수표를 받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또 이달초 S은행 서울 을지로지점장 徐모(45)씨에게 "가계수표를 미리 발급해 주면 웃돈을 붙여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이 보유한 1만원짜리 구권 화폐 60억원을 입금하겠다" 고 속여 지금까지 두차례에 걸쳐 35억원어치의 자기앞수표를 발급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尹씨 등은 지난달 24일 전 국무총리 S씨.야당 중진 P씨 등 정.재계 유명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가장해 S은행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수십억원대의 수표를 교부받은 뒤 '현금을 한꺼번에 입금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며 수표를 전액 되돌려주는 수법을 반복, 지점장 徐씨를 안심시켜 수표를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尹씨 등이 피해자들 앞에서 실제로 정.재계의 실력자들과 통화하는 등 큰손으로 행세한 만큼 배후를 캐고 있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張씨가 피해자이긴 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전력이 있는 만큼 張씨를 상대로 사기를 당한 경위를 조사 중" 이라고 덧붙였다.

張씨는 82년 4천억원대의 초대형 어음사기 사건으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92년 가석방됐다. 하지만 2년 뒤인 94년 다시 1백억원대의 사기를 저지르고 복역하다가 98년 8.15 특사로 풀려났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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