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점으로 향할 때마다 '무엇이 나를 지구 반대편 낯선 땅까지 오게 했는가' 하는 회의가 들곤 합니다. 하지만 일단 스타트 라인에 서면 모든 걱정이 사라집니다. "
맨발로 달려 세계를 돌고 있는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김홍영(金弘永.50)씨가 24일 브라질 최남단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본지에 e-메일을 보내왔다.
지난 1월 1일 칠레 산티아고 국립경기장에서 첫발을 내디딘 지 84일 만이다. 서울에서 일식점을 경영하는 金씨는 오는 2002년 6월 월드컵 개막 직전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남미.유럽.호주 등 주로 축구의 본고장 등을 누비며 전세계 6대륙 32개국, 2만20㎞를 질주하게 된다.
e-메일에서 金씨는 그간의 힘들었던 과정과 감상 등을 상세히 전해왔다.
"안데스 산맥을 넘겠다는 말에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죠. 내기를 거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발 3천1백85m의 고원에서 24㎞를 쉬지 않고 건너자 현지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는 "그동안 칠레를 출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를 거쳐 브라질까지 달려왔다" 고 전했다.
경남 합천 출신인 金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다. 초등학교 시절엔 심한 기관지염으로 며칠씩 앓아 눕는 일도 많았다.
그때 그의 할아버지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금씩 달리기를 해 건강을 유지하라" 고 권유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때 시작한 아침 달리기는 40여년간 계속돼 성인이 된 후에도 빠뜨릴 수 없는 일과가 됐다.
특히 1996년 미국 오리건 주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체중이 늘어나자 마라톤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15㎞씩 달리면서 그는 이상하리만큼 몸이 가뿐해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세계 일주에 나선 까닭을 이렇게 적어보냈다.
"인생은 무엇인가를 위해 온몸을 던질 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때마침 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도 기회였죠. 마라톤으로 '민간 홍보 사절' 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를 강하게 유혹했습니다. "
1998년 국내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식당일도 접어둔 채 본격적으로 마라톤 훈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아내와 세 딸은 기겁을 하며 반대했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5시30분에 기상, 산악과 도로달리기를 30㎞씩 하며 체력과학연구원 국민체력센터의 체력검사 결과를 내보이는 그의 끈질긴 설득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아내는 "음식점은 내가 할테니 기왕 시작한 것 건강히 돌아오라" 며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었다.
그는 현재 하루 평균 5시간씩 달려 마라톤 완주거리(42.195㎞)를 매일 주파하고 있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남미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맞서 싸우는 것이 무엇보다 큰 고통이라고 한다. 5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후원자 없이 자비로 충당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그의 마라톤 과정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20k20.com)에서 볼 수 있다.
"2002년 6월 서울에서 뵙기를 기대합니다. 그때에는 희끗한 머리가 더 늘었을지라도 제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리라 믿습니다. 그때까지 몸 건강하게 달리겠습니다. "
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