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다시보기]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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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헝가리 예술사회학자 아르놀트 하우저(1892~1978)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1~4' (백낙청 외 옮김.창작과비평사.각권 9천8백원)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작품이다.

1966년 '창작과비평' 지를 통해 국내에 일부가 소개된 뒤 저자가 세상을 떠난 뒤인 81년에야 비로소 네권이 완간된 책이다.

그러나 국내 지식계에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폭발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하지는 않아도 매년 5백질 이상 꾸준히 팔렸고, 지난해 개정판이 나온 후에 1권이 6천5백여부 나간 것을 비롯해 나머지권들도 5천부 안팎씩 팔렸다.

80년대 대학가의 필독서로 꼽힐만큼 이 책이 지성인들을 매료한 점은 시인 황지우의 표현대로 한 예술작품의 이해할 수 없는 비밀을 감싸고 있는 사회.경제적 요인들의 반짝거리는 화석무늬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선사시대에서부터 현대 영화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예술을 사회사적 관점에서 서술한 최초의 예술통사서인 이 책에서 저자는 양식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작품이 탄생하게 된 사회경제적 요인을 중시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처럼 마르크스주의 진영에 속하는 분명한 역사관 덕분에 1970, 80년대 사상적으로 억압받던 국내 지식인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사실 문학이나 미술작품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생산성과 생산관계' 따위의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이 책을 읽은 독자도 많았을 것이다.

또 10년대 부다페스트의 '일요 서클' 에서 활동했던 루카치나 만하임 등 당시에 금기대상이던 사상가를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만날 수 있었다는 것도 매력의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예술이 독자성을 갖고 있다고 믿던 51년 당시 하우저가 영어판으로 역사적 필연성을 주장하는 이 책을 처음 출간했을 때 서구 지식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을 고전으로 끌어올린 것은 그런 시대적 상황이나 진보성 만은 아니다.

이미 루카치나 마르크스까지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된 지금 이 책은 그 자체가 지닌 매력, 즉 해박한 서양문화에 대한 지식을 사회사라는 틀을 통해 독특한 시각으로 총정리했다는 점에서 변함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개정판은 풍부한 도판을 추가해 예술작품에 좀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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