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金] 여자 선수는 남자 선수를 이길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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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대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헬스코치트로이 전쟁에도 참가했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여전사들인 아마조네스는 진짜 영화에서처럼 풍만한 몸매에 아름다운 S라인을 가졌을까? 아마조네스가 등장하는 그림과 부조, 동상 등은 한결같이 아름다운 용모에 비너스 풍의 매력적인 몸매를 하고 있지만 신화학자들의 저술이나 이름의 어원을 살펴보면 활을 잘 쏘기 위해 오른쪽 가슴을 잘라내어 불태울 정도로 호전적이고 무시무시한 전투사들 이었던 것 같다.

현재는 아마존의 시대는 아니지만 과거 30여 년 사이에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아마존이라 부를 만한 여자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의문스러운 것은 여자선수가 남자선수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 많은 스포츠과학자들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글쎄요’이다.

우선 운동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엔진에 해당하는 심폐 능력이 여자 선수들이 낮다. 그 이유는 심장과 폐가 들어있는 공간인 흉강이 작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심장과 폐의 용적도 작다. 심장 크기가 작기 때문에 한번 짜 내는 혈액의 양도 적어져서 운동시 몸이 요구하는 혈액량을 맞추자니 자연히 심박수는 증가하게 된다. 기도도 좁고 폐조직도 적어서 호흡량이나 가스 교환율도 낮다.

더욱이 여자들은 혈액의 양은 물론 적혈구 숫자도 남자들에 비해 적고 헤모글로빈은 15% 정도나 적을 뿐만 아니라 매달 남자들은 하지 않는 월경도 꼬박꼬박 하게 되니 설상가상이다. 결국은 혈액의 산소 운반능력도 떨어져 최대 유산소 능력은 20~25% 정도나 낮아진다.

운동 기능의 또 다른 한 축인 근육의 상태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분비되는 성호르몬은 당연히 남녀의 성 차이를 잘 나타나게도 하지만 운동 능력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가져온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은 남성에게 큰 근육을 가지게 하지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은 뚜렷하게 여성에게 체지방을 증가시킨다. 그 결과 여성스러운 몸매를 가지게 되는 여성들의 체지방 비율이 남성들에 비해 높아지게 되면서 근육의 비율은 낮아져서 근육의 기본구성단위인 근섬유 수가 적고 크기 또한 작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근력은 남성의 3분의 2 정도까지 낮아지게 되며 특히 상체의 경우 40~60%나 약하다.

물론 여성도 근력 훈련을 해서 근육 크기의 차이를 남성만큼 보완하면 근력의 차이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이 근력 훈련을 하면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 분비에 의해 근육의 크기가 늘어나 비대되는 반면 여성의 경우 근력은 어느 정도 증가할 수 있어도 근육 비대는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유산소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 값은 남성이 여성보다 40~60% 정도 크다. 이 값을 체중 1㎏당으로 나타내면 20~30%로 줄어들고 체지방을 제외한 체지방량으로 비교하면 그 차이가 남성의 10% 이하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여자선수가 체지방량을 줄여서 유산소능력을 향상시키고자 운동강도와 운동량을 늘리면 이번에는 체지방량과 관련이 있는 에스트로젠 농도에 영향을 주면서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무월경이 되고 골밀도 또한 줄어들어 자칫하면 조기에 골다공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운동선수이니 굶을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당분간은 같은 종목의 남자 선수를 능가할 여자 선수의 출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신체 구성도 바뀌어지고 훈련 방법도 발달되고 스포츠과학도 발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아킬레우스도 화살통을 메고 도끼를 들고 서 있는 미모에 반했다는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를 필두로 한 아마조네스 군단이 나타날지를.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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