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청장 “안씨, 끝없는 거짓말 … 귀국할 계획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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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여권 실세를 상대로 한 인사청탁 로비 의혹을 사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5일(현지시간)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미국 뉴욕주 올버니 뉴욕주립대 공공행정정책과 연구실에서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적당한 시기가 오면 의혹을 모두 해명하고 나와 국세청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로선 귀국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은 지난 1월 인사 청탁과 관련한 두 가지 의혹이 한꺼번에 불거지자 청장직에서 물러난 뒤 3월 출국해 현재까지 미국에 머물고 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그림 강매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 국장 측이 2007년 말 당시 한 청장이 고위층 로비를 위해 10억원이 필요하니 3억원을 만들어 오라고 요구했다는데.

“국세청장은 대통령이 결심하는 자리다. 로비로 될 일이 아니다. 로비를 한다 한들 3억원을 만들어 오라는 얘기를 어느 정도 친밀하면 할 수 있겠나.”

-안 국장 측은 이 요구를 거부해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한다.

“내가 두 차례 하향 전보시킨 건 맞다. 이유가 있어서다. 본인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었으나 당사자는 좌천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거기에 원한을 품은 게 아닌가 싶다.”

-2008년 12월 경주에서 여권 실세와 골프를 했다는 의혹은.

“크리스마스 때다. 골프 칠 때는 국세청 간부와 지역 상공인밖에 없었다. 대구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하러 가다 대통령의 친인척(동서)이 저녁 자리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그 책임을 지고 청장직에서 물러난 거다.”

-안 국장 측은 태광실업 세무조사 상황을 한 청장이 청와대에 보고하는 걸 봤다고 한다. 녹취록도 있다는데.

“보안에 철두철미한 곳이 국세청이다. 청와대에 전화로 보고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별 세무조사 건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일도 없다. 나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는 녹취록이 없을 거다. ”

-한 청장이 태광실업 베트남 법인 조사까지 직접 지시하며 표적조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태광실업 건은 홍콩 비자금 조사과정에서 나온 거였다. 밑에서 올라온 보고를 청장이 묵살할 수 없었다. 태광실업은 정치적인 거니까 조사하지 말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올버니(뉴욕주)=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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