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돋보기] 관치금융 왜 생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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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우리나라 은행 중엔 정부가 주인인 곳이 참 많아요. 여기서 주인이란 은행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대주주란 얘기죠.

이렇게 정부가 주식을 많이 가진 은행들은 아무래도 경영을 하면서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말하자면 관치금융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일반은행 중에 정부가 주식을 갖고있는 은행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2곳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에게 정부가 돈을 대주면서 현재 11개 시중은행 중 6곳이 정부가 대주주인 형편입니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사들인 곳까지 포함하면 정부가 주주인 은행은 9개나 되지요. 국민.주택은행 외에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 4곳은 서울.제일.조흥.한빛은행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부실은행으로 지정됐던 서울.제일은행은 정부가 부실을 털기 위해 자본을 전액 투입, 정부 지분이 1백%나 됐습니다.

제일은행의 경우엔 최근 뉴브리지 캐피털이라는 미국 투자회사가 그중 51%를 사들이면서 정부를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됐지요.

한빛은행과 조흥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합병을 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은 경우입니다.

현재 한빛은행은 74.65%, 조흥은행은 80.05%의 주식을 정부가 갖고 있어요.

IMF를 비롯한 국내외 관련 기관들은 현재 우리 정부에게 하루 빨리 이들 은행의 주식을 팔아치우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야만 이들 은행이 명실상부한 자율경영을 할 수 있고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지요.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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