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출신 후보자들, 심재륜씨에 지지발언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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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유세까지 하러 다닐 바엔 차라리 내가 직접 출마했지요. 친한 검찰 선.후배들의 요청을 아예 모른척할 수도 없고, 이거 참…. "

지난해 대구고검장 재직시 대전법조비리 사건으로 면직된 뒤 법원으로부터 면직부당 판결을 받아낸 심재륜(沈在淪)변호사는 20일 "요즘 아주 입장이 난처하다" 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4.13 총선 사전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검찰 출신 출마예상자들로부터 '지지 요청' 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沈변호사로부터 "○○○는 검찰 재직시 곧은 검사였다" 는 추천장을 받아내 이를 지역구 홍보에 활용하려 안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마예상자들이 그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沈변호사가 대검 중수부장때 한보비리 재수사를 하면서 권력의 압력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를 구속시켜 '살아있는 권력에 맞선 최초의 중수부장' 이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沈변호사는 "과거 함께 근무했던 후배들이 국회의원이 되려는 노력은 이해하지만 정치권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입문하지 않았던 내가 이미 특정정당 소속이 돼버린 후배들을 위해 지지유세를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 이라며 "선거 홍보물용으로 과장없는 인물평만을 써줄까 생각 중" 이라고 말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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