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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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본 역사 교과서가 한국 역사의 기원을 중국 지배 하의 한군현(漢郡縣)으로 설명하고,가야가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고 암시하는 등 교과서 역사왜곡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교육개발원 이찬희(李讚熙)박사팀이 최근 일본.중국 교과서의 한국사 기술 내용을 분석한 '일본.중국 중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일 밝혀졌다.

李박사팀은 일본 고교의 '일본사' 7종과 '세계사' 7종을 분석한 결과 모든 교과서가 한국사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고조선을 누락한 채 한군현부터 등장시켜 한국 역사가 시작부터 중국의 지배를 받은 것으로 암시했다.

또 고대 한.일 관계사에서 학계의 쟁점이 되고 있는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 에 대해서도 대부분 교과서가 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직.간접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당수 교과서들은 국호인 '조선' 을 '이씨(李氏)조선' 으로 표기했으며, 임진왜란 당시 군인과 양민의 귀와 코를 베어 만들었던 귀무덤(耳塚)도 군사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탑으로 둔갑시켰다.

일부 교과서는 명성황후(明成皇后)시해사건을 '민비(閔妃)살해' 로 표기하면서 '반일(反日)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합목적적인 행위' 로 미화했으며, 일본군 위안부도 강제동원 주체 등에 대한 언급이 없이 '젊은 여성들이 위안부로 전쟁터에 보내졌다' 고만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李박사는 "일본 교과서가 한국사 관련 서술에서 한국 학계의 요구를 수용해 과거보다 진전된 역사인식을 보여주고 있으나 임나일본부.종군위안부.상해 임시정부와 관련된 사항은 여전히 왜곡되거나 은폐.축소돼 있다" 고 지적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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