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독립' 핫이슈] 민진당, 뒷감당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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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진당이 고민하고 있다. 양안관계를 둘러싼 정책노선 때문이다. 민진당의 오랜 원칙은 '대만 독립(臺獨)' 이다. 이 원칙은 당헌에도 명시돼 있다.

'대만 독립' 은 민진당의 존립기반이기도 하다. 민진당은 이를 외치면서 국민당에 대한 대안 정당으로 떠올랐고, 그동안 세를 끌어모아왔다. 이번 대선의 승리도 민의가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것 못지 않게 대만 독립 주장을 밀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막상 집권당이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야당 시절처럼 '대독' 을 밀고 나가기 어렵게 된 것이다. 양안 간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만 경제인연합회는 선거 직후 "새 정권은 안정을 제일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고 공식 요구했다.

민진당의 '대독' 노선을 분명히 반대한 '60%의 민의' 도 걸림돌이다. 이번 대선에서 천수이볜 당선자를 찍지 않은 60%는 '대독' 에 반대하거나 또는 유보적인 사람들로 봐야 한다.

따라서 민진당은 총통선거 유세에 나서면서 "陳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독을 위한 헌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 "대륙과 언제든지 평화회담에 나서겠다" 고 말했다.

陳당선자가 20일 " '하나의 중국' 원칙을 놓고 중국과 회담할 용의가 있다" 고 선언한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모호함이 그 특징이다. '하나의 중국' 뒤에는 반드시 '각자표술(各自表述)' 이란 말이 따른다. 양측 모두 '하나의 중국' 을 말하지만 그것의 해석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 은 당연히 '대륙' 을 뜻하고, 대만에선 '양안 국민간 동의를 거친,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걸쳐 탄생한 통합 정부' 로 여겨왔다.

陳당선자가 " '하나의 중국' 을 논의할 수 있다" 고 한 것은 민진당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주목할 만한 변신이다. 그러나 그 알맹이는 그리 크지 않다. '하나의 중국' 을 논의할 회담이 열린다 한들 언제나 평행선만 그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陳당선자의 회담용의 표명은 "민진당 정권이 그렇게 막나가는 정권은 아니다" 는 점을 중국과 대만 국민 등에게 알려 안심시키려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새 정권에 대한 불안을 다독거리기 위해선 불가피한 변신인 셈이다.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 여기에 집권 민진당의 고민이 있다.

타이베이〓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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