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브로커들의 실태·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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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출마자들은 대표적 '선거 공해' 로 꼽히는 선거브로커들의 폐해가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사이버 유세 등 신종 선거방법이 등장하면서 브로커들의 행태도 더욱 지능화.다양화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유형과 실태〓브로커들이 주로 노리는 대상은 아직 조직을 정비하지 못한 정치신인이다.

이들은 한 표가 아쉬운 신인들의 절박함을 이용,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브로커들의 행태는 ▶기존 지구당조직 제공형▶표몰이 장담형▶지역구민 정보 제공형▶당원 확보형▶선거전략 강매형 등으로 구분된다.

지구당위원장이 바뀌면서 기존 조직이 와해됐을 경우 "자신이 확보한 조직을 넘길테니 얼마 달라" 는 식의 유형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원명부를 인계하는 데만 약 2천만원의 '공정가격' 이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회.부녀회 등이 표몰이를 장담하는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1인당 30만원씩을 주면 3백~5백명의 선거운동 조직을 가동할 수 있다" 는 제의를 받은 후보도 있다.

사이버 유세 붐을 타고 편법으로 획득한 지역구민들의 인터넷 ID를 흥정에 붙이는 신종 브로커 조직까지 등장했다.

서울 서초구 지구당 관계자는 한 브로커로부터 "지역구민의 모든 e-메일 주소를 확보했는데 한번 메일을 보내는데 50만원씩, 모두 3백만원을 달라" 는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는 '비책(秘策)' 를 갖고 있다며 접근하는 조직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처음에는 약간의 활동비만을 요구하다 막상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엄청난 액수를 요구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 대책〓제안을 받은 후보측의 신고없이는 근절방법이 없다는 게 선관위.경찰의 공통된 견해다. 후보자들이 협조를 기피하고 있어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검 한 관계자는 '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서는 아파트 전체가 나서야 하듯 브로커들의 행태를 적극 고발하는 선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며 ' "후보측이 녹취에 나서는 등 증거를 확보해 가면 브로커는 발 붙일 수 없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적발된 브로커들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법원도 실형을 선고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행 선거법 231조는 선거 브로커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상복.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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