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결국 눈물 보인 신지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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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진 AFP = 연합뉴스]

“처음엔 ‘괜찮다’고 말했지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골프 지존’ 신지애(미래에셋)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포인트에서 딱 한 점 뒤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올해의 선수상을 내줬으니 그럴 만도 했다. 버디 한 개만 잡았더라면, 보기 한 개만 하지 않았더라면 올해의 선수상은 그의 차지가 됐을 터다. 항상 웃는 신지애지만 이날만큼은 무척 섭섭했던 모양이다. 신지애는 “아버지와 함께 식당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신지애가 골프 때문에 눈물을 흘린 건 딱 두 차례다. 한 번은 중학교 1학년이던 2001년 파맥스배 중·고연맹 골프대회에서 85타를 기록한 뒤 예선 탈락했을 때다. 그리고 8년 만에 다시 눈물을 흘린 것이다. 서운함을 추스르고 있는 신지애와 23일 오전 전화 인터뷰를 했다.

“대회장에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차 안에서 혼자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눈물이 흐르더군요. 말은 안 했지만 ‘올해의 선수상’ 욕심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마지막 날 1오버파로 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퍼트가 좋지 않았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버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어제 언더파를 쳤다가도 오늘 오버파를 기록할 수 있는 게 골프라는 것을 또 한번 실감했다”고 말했다.

17번 홀에서 오초아가 벙커에서 한 번에 탈출하지 못했을 때 17번 티잉 그라운드에서 크게 웃고 있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비친 것에 대해서는 “오초아의 플레이는 보지도 않고 있었다. 동반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웃을 때 공교롭게 TV 화면에 잡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지애는 “경기가 끝난 뒤 동료 선수들로부터 ‘올 시즌 잘했다’는 축하 인사를 받았다. 오초아는 나를 보자마자 ‘생큐(Thank You)’라고 했는데 내년에는 내가 그 말을 오초아에게 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지애의 목소리는 점차 밝아졌다. 금방 감정을 추스른 듯했다. 벌써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오히려 약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올 시즌 개막전에서 예선 탈락했던 것처럼 마지막 대회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놓친 것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요. 한꺼번에 다 이루면 더 이상 목표가 없어지잖아요.”

신지애는 “상금왕이 되면 아버지에게 스포츠카 선물을 받기로 했지만 이마저 사양하겠다”고 털어놓았다. 신지애는 “비록 상금왕을 차지했지만 왠지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내년에 올해의 선수상을 타고 나서 더 비싼 선물을 사 달라고 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LPGA투어에서 첫해를 보낸 소감을 묻자 그는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다”고 대답했다. 신인왕과 상금왕을 거머쥐며 최고의 ‘루키 시즌’을 보낸 신지애는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하지만 체력이 달려 처음 가 보는 코스인데도 연습 라운드도 제대로 돌지 못했다. 체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올 시즌 LPGA투어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46.8야드로 공동 98위.

신지애는 “드라이브샷 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그렇지만 스윙을 바꿔 가면서 무리하게 늘리고 싶지는 않다. 트레이너 말로는 근력 강화로도 충분히 10~20야드는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더욱 향상된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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