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플레스테이션2'의 숨은 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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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1세기 가정 정보화의 주역은 무엇이 될까. 현재까지 유력한 것은 개인용 컴퓨터다. 그러나 급변하는 정보통신업계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확신할 수는 없다.

강력한 경쟁상대인 'TV' 가 있기 때문이다. TV는 다양한 기능의 부가장치인 '셋톱박스' 가 연결되면서 벌써 그 기능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TV를 PC와 경쟁케 만드는 셋톱박스는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

지난 4일 소니는 셋톱박스의 미래를 짐작케 하는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플스2)를 선보였다.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플스2는 차세대 게임기다. 게임뿐 아니라 DVD도 재생할 수 있으며 인터넷 연결도 가능해 셋톱박스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지난 10일 차세대 고성능 게임기 프로젝트 X박스의 세부내용을 공개,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 것을 선언했다.

일부에서는 운영체제는 물론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정보통신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기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가정용 정보통신장치 시장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도 절박하다.

바로 이 점을 우리는 잘 봐야 한다. 우리나라도 인터넷 사용인구가 1천만명에 달한다.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열기도 식을줄 모른다. 때문에 PC와 게임기중 어느 것이 대세가 되든 우리의 적응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외국의 기업들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표준을 세우고, 이를 통해 시장을 넓혀가려는 변신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기업은 그저 '닷컴' 에 얽매인 채 비전을 제시하는 일은 등한시하고 있다.

TV와 컴퓨터 중 어떤 제품이 차세대 가정 전자제품의 핵심을 쥐게 될 것인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표준의 결정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곽동수 <컴퓨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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