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벌리는 유권자'가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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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로 4.13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간 예상경쟁률이 역대 최고치에 가까운 5대 1을 넘는 상황에서 불법.탈법 선거운동이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일부 유권자의 '손벌리기' 추태는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선거의 주인은 유권자이고 '선거혁명' 도 유권자의 몫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으로 '인물과 정책을 기준삼아 투표하겠다' 면서 실제는 향응과 선심을 바라는 유권자의 '이중성' 을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깰 필요가 있다. 돈뿌리기.흑색선전 따위가 여전히 먹혀드니까 후보들도 유권자를 앝잡아 보고 구태(舊態)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만도 서울에서 지역구에 벽시계를 돌린 여야정당 출마희망자가 각각 경찰에 입건됐고, 울산에서는 주민에게 불법향응을 베푼 사람이 고발당했다.

이런 불법행위가 유권자에게 먹혀드니 같은 유형의 부정이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돈봉투를 바라고, 법규를 어긴 음식대접에 흐뭇해하는 유권자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평범한 이웃일 것이다.

입에 풀칠하기 바쁜 시절도 아닌 판에 여전히 손벌리는 데 익숙한 일부 유권자층의 폐습부터 타파하지 않고서는 선거풍토가 바로잡힐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후보 1인당 평균 법정선거비용 한도는 15대 총선보다 대폭 늘어난 1억2천만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10억.20억원을 썼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단체의 선거운동이 허용된 것을 틈타 사이비 단체를 앞세우거나 아예 단체를 매수하는 행위마저 벌어지고 있지만 음성적인 데다 제보마저 없어 선관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말만 자원봉사지 사실상 불법자금에 따라 움직이는 고용 운동원이 선거판을 주도한다면 공명선거란 헛구호일 뿐이다. 후보에게 손벌리지 않는 풍토라야 유권자 혁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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