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보전원칙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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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시의 인사동 길 보존 시책이 원칙없이 오락가락해 시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연말 옛모습을 잃어가는 인사동 길을 보존하기 위해 2년간 건축허가 동결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일부 토지 소유주의 민원에 밀려 뒤늦게 특혜성 예외를 인정하고 말았다.

서울시는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등에 "인사동길의 당초 건축행위제한 공고(1999년 12월 22일)이전에 들어온 민원에 한해 예외적으로 건축허가를 내주라" 고 통보한 것. 이에 따라 종로구는 같은 달 25일 당초 공고내용을 수정, 재공고를 했다.

당초 내용은 공고일로부터 2년간 건축허가를 내주지 말되 이미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만 건축을 인정해 주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재공고에는 공고일 전에 접수된 경우에도 건축을 제한하지 말라는 조항이 추가됐다.

서울시와 종로구가 이처럼 불과 2개월만에 공고내용을 대폭 수정하고 물러서고 만 것이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시가 "인사동 길 일대의 건축행위를 2년간 제한한다" 고 전격 발표한 직후 일부 토지주들이 건축허가서 4건을 곧바로 접수시켰다.

그러나 종로구 건축과는 당초 공고 원칙에 따라 3일후 이들의 허가신청을 처리하지 않고 모두 반려시켰다.

이에 토지주들이 "공고일 전에 접수했으므로 허가대상이 된다" 며 반발하자 종로구는 서울시에 자문을 요청했다.

시는 지난달 12일 고건(高建)시장이 주재한 '시민과의 데이트' 를 통해 "도시설계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라는 단서를 달아 '해당 민원에 대한' 허가를 내주기로 결정했다.

시는 또 4건의 건축허가 신청내용을 검토한뒤 당초 4층으로 신청됐던 종로구 관훈동 21의 경우 민원인의 주장을 일부 수용, 5층까지 허가가 가능하다고 종로구에 통보했다.

이처럼 시가 스스로 발표한 건축허가제한 원칙을 깨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도시연대 최정한(崔廷漢)사무총장은 "서울시의 건축허가 동결 바로 직전에 신청된 것을 뒤늦게 허가해주기로 한 것은 원칙없는 행정" 이라며 "앞으로 종로구가 건축허가를 내주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서라도 막겠다" 고 말했다.

교수 등 민간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인사동 길 기획단도 "서울시가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려 또다른 민원을 자초해 정상적인 도시설계가 힘들 수도 있다" 고 우려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인사동 보존과 '민원인 불만해소라는 점을 감안, 극히 예외적으로 이뤄졌으며 추가 양보는 없을 것" 이라고 해명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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