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선언' 후속카드] 北 호응시 비료 우선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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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DJ 베를린 선언' 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가지 카드를 정부가 다듬고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대북지원의 실천방안을 서둘러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통일부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창구를 통해 농림부.건설교통부에 베를린 선언과 관련한 언급에 신중해줄 것을 주문했다. 북한의 반응이 있기 전에 '비료 60만t 지원' '철도망 연결' 같은 지원책이 쏟아지면 혼선이 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자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선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비료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고, 북한의 오판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총비서도 베를린 제안을 놓고 장고(長考)할 것이라는 게 북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강산관광 등 민간협력으로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경제난 극복에 필수적인 전기.철도.통신 등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은 남한측의 참여 없이는 어렵다. 북측이 김대중 대통령의 제안을 쉽게 뿌리칠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이런 배경에서다.

북한이 호응해온다면 정부는 8만~9만t의 비축 비료를 긴급지원할 계획이다. 차관급 협의 창구에서는 항만.전기시설 지원문제를 다룰 생각이다. 이와 동시에 이산가족 문제나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언제,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선 확실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당국 배제' 원칙과 '경제 실리' 를 놓고 저울질할 게 분명하고, 미국.일본과의 숨가쁜 외교일정 등 평양의 상황은 복잡미묘하다. 김정일이 4.13총선 뒤로 입장표명을 미룰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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