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공룡 수도권] 3.기형개발 경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입지.교통.환경 불문(不問)' .

경기도 용인.고양.파주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묻지마 아파트 개발' 행태다.

야산이건 논밭이건 주요 간선도로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주변에 무차별적으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마치 줄기(도로)에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건설업체들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기존 도로망이나 대단위 택지개발지구의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에 기생(寄生)하려는 속셈이다.

◇ '묻지마' 개발 확산〓경기도 수원~광주간 43번 국도 용인시 수지읍 상현리에서 풍덕천리까지 2㎞구간. 도로 양쪽 30여곳에서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아파트 입지로 부적당한 곳까지 택지로 변했다. 이 때문에 수지읍 상현리.성복리 일대 수려한 야산들은 곳곳이 두부 잘리듯 해 흉측한 몰골이 됐다.

수지읍.기흥읍.구성면 등 용인 서북부 지역에 건설중인 아파트들도 대부분 같은 모습이다.학교.도로는 아예 없다.

유현숙(32.주부.수지읍 벽산아파트)씨는 "1천가구 규모의 단지에 입주했지만 아이들이 2㎞나 떨어진 초등학교로 걸어서 통학하고 있다" 고 비판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2백78곳에서 15만6천5백7가구의 아파트가 건축허가를 받았다.

전국 아파트 건설의 41% 규모. 용인시의 경우 76곳에서 4만2천2백가구를 짓고 있으며 파주시는 17곳 1만7천가구가 건설중이다. 또 김포시는 21곳(1만5천가구), 고양시는 23곳(9천9백24가구)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다.

◇ 법망 뚫는 모자이크식 개발〓43번 국도변인 상현리341 두산기술원 주변. 건설업체 5곳이 연합해 40만㎡의 야산을 허물어내고 6천6백여가구의 아파트를 건설중이다. 2만여명 수용예정.

그런데 업체마다 1천여가구씩 지으면서도 사업승인 가구수는 2백~5백여가구씩 나눠 건축허가를 따로 받아냈다.

1천3백여가구를 짓고 있는 K건설의 경우 건축허가는 5백73, 4백7, 1백59, 2백24가구 등 4차례로 나눠 받았다. 9백87가구를 건설하는 S건설도 4백21, 3백15, 2백51가구 등으로 허가를 3차례 받아냈다.

대단위 아파트를 왜 소규모 아파트 몇개로 쪼개 허가를 받았을까. 이는 일정기준 이상 아파트를 지을 경우 환경.교통영향평가.수도권 심의위 등 복잡한 심의를 거쳐야 하고 학교용지 등 도시기반 시설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영향평가의 경우 아파트의 연면적이 9만5천㎡를 넘으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나 진입로 등 조건이 까다로워 업자들은 기준 이하의 면적으로 나눠 '편법허가' 를 신청하고 있다.

이와 함께 2천5백가구 이상일 경우 초등학교 1곳, 5천가구 이상이면 중학교 1곳을 확보하도록 돼있는 '학교 설치 기준' 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건설 물량을 쪼갠다.

30만㎡이상일 경우 받도록 돼있는 환경영향평가는 기준이 너무 높아 적용대상 단지가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웃에 접해 있는 토지의 경우 개별토지로 볼 게 아니라 전체로 간주해 형질변경을 제한하도록 건설교통부와 협의중" 이라고 말했다.

정재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