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마음에 펀드 깨면 ‘뒷북’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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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단기적인 숨 고르기는 있어도 더블딥은 없을 겁니다. 긴 호흡의 분산투자가 역시 답이죠.”

최방길(58·사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은 내년 증시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펼쳤다. 당분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길게 보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 하에 그가 강조하는 건 ‘장기적인 안목’이다.

“조급한 마음에 펀드를 깨다 보면 자칫 ‘뒷북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올해 가치주펀드의 성과가 좋지 않았지만, 실망해서 마지막에 떠나면 오히려 기회를 잃을 수 있죠.”

그가 말로만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게 아니다. 본인 역시 원금을 회복 못한 신흥국 주식펀드를 그대로 들고 있다. “시간의 힘은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27년 신한 맨’인 최 사장은 올 1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초대 사장을 맡았다. 취임하자마자 ‘2012년 업계 1위’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신한BNP파리바의 운용규모는 현재 3위권으로 1위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하지만 그는 3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1위 업체가 지배적 사업자이긴 하죠. 하지만 자산운용업은 한두 명의 스타플레이어로 되는 게 아닙니다. 서비스와 브랜드가 중요한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이런 면에선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는 “은행은 농경형, 증권은 수렵형, 자산운용업은 그 중간”이라고 평한다. 그중에서도 은행계 자산운용사인 신한BNP파리바는 ‘수렵형이 가미된 농경형’쯤 된다. 단기적인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좀 더 길게 보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펀드 상품을 만들 때도 검증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올해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중국본토형을 만들지 않은 것도 신한BNP파리바엔 맞지 않는 상품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 본토 A증시는 변동성이 크고 주가가 홍콩 H주나 본토 B주에 비해 비싼 편”이라는 게 최 사장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도전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최 사장은 “중국 등 해외시장에 좀 더 발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자본시장법에 맞는 신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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