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슈퍼리그] LG정유 벼랑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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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죠. "

경기 전 LG정유 장윤희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슈퍼리그 무대에서 은퇴할 예정인 장윤희는 "마지막인데 이겨야 한다" 며 투지를 불태웠다.

'코트의 철녀' 장윤희가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냈다.

장윤희는 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 아산배 슈퍼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혼자 28득점을 올리며 3 - 0 완승을 이끌어냈다.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LG정유는 장윤희의 맹활약에 힙입어 1승2패를 기록, 기사회생했다.

스프링처럼 튀어오르는 탄력, 공을 쫓아 야생마처럼 코트를 누비는 수비. 스파이크와 연타를 번갈아 넣는 노련한 플레이. 30세의 주부선수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장윤희는 이날 다른 선수에 비해 두 배 이상 코트를 누볐다.

장윤희가 빨리 지쳐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현대건설은 서브를 장윤희에게만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 작전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었다.

공격 못지 않게 수비가 좋은 장윤희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서브를 받아내 절묘한 세트 플레이로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또 LG 세터 김귀현은 무조건 왼쪽으로 공을 올렸다.

그곳에 기다리고 있던 장윤희는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볼을 받아 상대코트에 번번이 꽂아넣었다.

공격성공률 56%.

1세트부터 장윤희의 독무대였다.

3차전에서 7득점에 그쳤던 장윤희는 이날 완전히 살아난 모습이었다.

LG정유는 1세트 초반 5 - 6에서 장윤희의 왼쪽 스파이크 2점과 박수정의 블로킹 2점 등 내리 5득점, 10 - 6으로 달아나며 기선을 제압했다.

장윤희는 시소게임을 벌이던 2세트 중반 16 - 16에서도 연달아 2득점, 결정적인 순간에 현대건설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관중석에선 '역시 장윤희' 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경기 후 거친 숨을 몰아쉬던 장윤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4차전은 4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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