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좌절 금지, 희망은 엉뚱한 곳에 숨어 있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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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 생애 최고의 캠핑
수지 모건스턴 글, 윤희동 그림, 김영신 옮김
크레용하우스, 80쪽, 7500원

‘새옹지마’란 고사성어에 걸맞는 동화다.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있더라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전한다.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의 작가 수지 모건스턴이 쓴 작품답게 능청스러운 반전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아홉 살 데니스. 캠핑가는 게 꿈인 아이다. ▶엄마 아빠가 말하기 전에 숙제하기 ▶날마다 책상 정리하기 ▶아침에 엄마가 깨울 때 투정 부리지 않기 등을 자발적으로 지키는 ‘엄친아’ 캐릭터다. 공부도 1등이다. 하지만 그동안 캠핑은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부모의 뜻에 따라 휴가 때마다 뉴욕의 복잡한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유람선을 타고 뱃멀미를 참아야 했다. 그러다 드디어 데니스의 꿈이 이뤄지게 됐다. 아빠가 휴가를 앞두고 ‘스코틀랜드에서의 캠핑’이란 상품을 식구 수대로 예약한 것이다. 네스호의 괴물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 데니스는 용돈을 털어 모닥불 옆에서 먹을 수 있는 군것질거리를 샀고, 야생초와 조약돌을 담아올 가방도 챙겼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고, 기대는 점점 터질 듯 부풀어올랐다.

이렇듯 한 점 나무랄 곳 없는 착한 아이 데니스를 실망시킬 수도 있는 게 세상이다. 캠핑을 떠나기 전날, 데니스는 수두에 걸리고 만다. 슬프고 어이없고 화가 나는 상황이다. “그게 인생”이란 의사 선생님의 위로도 데니스의 억울한 심정을 달래지 못했다. 엉엉 울며 “절망이야”를 외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삶의 굴곡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여유가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손꼽아 기다린 캠핑을 못가게 된 데니스에게 더 멋진 ‘캠핑’이 기다리고 있었다. [크레용하우스 제공]

하지만 행복은 문을 닫을 때 반드시 한쪽 문을 열어놓는다질 않는가. 어찌어찌하다 혼자 집에 남겨진 데니스가 책 제목대로 ‘생애 최고의 캠핑’을 즐기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마치 영화 ‘나홀로 집에’를 연상시키는 설정이다. 수두도 캠핑도 가족도 잊고 지낼 만큼 재미있는 일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마침내 데니스는 ‘내년 휴가기간에는 홍역에 걸리면 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인생이 자기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누구나 괴로워한다.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요리하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바꿔놓는다. 원하는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지 못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친구를 좋아해도, 마냥 슬퍼할 일은 아닌 게다. ‘내 생애 최고의 ○○’를 위한 필수코스일지 누가 알겠느냐 말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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