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高가 인사 좌우 안된다"…김 대통령 이례적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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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9일 권력내 특정고 출신의 인맥문제를 언급했다.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金대통령은 "과거 군사정권시대에 경북의 K고 나온 사람은 그때 무슨 특권이 있는 것처럼 행세했고, 그 다음은 경남의 K고, 그 다음엔 서울의 어떤 고등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생겼다" 고 말했다.

그런 뒤 "요새는 호남 일부 고등학교에서 이런 경향이 보이고 있다" 고 지적했다. 金대통령은 "지역이나 출신고교에 좌우되는 인사는 절대로 안된다'이는 참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말이 안 되는 일'" 고 강조했다.

국무회의 한 참석자는 "金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대부분 장관들은 '무슨 일이 있나' 하며 의외로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고 전했다.

호남 편중인사 논란은 있지만, 요즘들어 여권 내부에서 호남의 특정고교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호남의 특정고교' 에 대한 金대통령의 언급은 집권 초기인 1998년 초에도 있었다. 당시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 특정고 인맥 줄대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날 발언은 훨씬 강도가 높다. 자연히 金대통령의 경고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공천을 둘러싸고 호남의 모고교출신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보고를 받고, 金대통령이 화를 냈다" 는 얘기가 나온다.

金대통령이 지목한 고교가 어디냐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현정권내 호남출신 실세그룹의 출신고는 광주의 K고, 또다른 K고, 전북의 C고, 목포의 M고, 또다른 M고 등이다.

이와 함께 총선에서 편중인사 논란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金대통령이 이런 경고를 했다는 시각도 있다.

곧이어 있은 이억수(李億秀)공군참모총장 보직신고식에서 金대통령은 "지연.학연 인사를 해선 안된다" 고 강조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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