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이 버린 전처 대선서 '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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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강지처(糟糠之妻)를 버리고 젊은 여자와 재혼했는데도 전처로부터 변함없는 지지와 애정을 받을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 이고 당사자는 미국 공화당 대선정국의 돌풍 주역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다.

유세때마다 매케인 옆에서 활짝 웃으며 서있는 미모의 신디는 매케인보다 17세 연하인 두번째 부인. 뉴욕타임스는 27일 베일에 싸여 있던 매케인의 결혼 이면사를 집중 보도했다.

해군 제독의 아들인 매케인이 베트남전에서 전투기 추락으로 5년간 포로생활을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1973년 양팔이 부러지고 한쪽 다리도 거의 불구가 돼 귀향한 매케인을 맞은 것은 세명의 자녀를 키우며 남편을 기다리던 부인 캐롤이었다.

하지만 큰키와 날씬한 몸매의 모델출신 캐롤은 69년 교통사고로 뼈를 잘라내 키가 10㎝나 줄었고 몸무게도 크게 불어 있었다. 이들 부부는 79년까지 그럭저럭 살았다. 매케인은 비행기 조종을 다시는 못한다는 주변의 예상을 초인적인 재활의지로 극복했다.

"9개월간 혹독한 재활치료를 받은 뒤 매케인은 다시 조종간을 잡게 됐죠. 어느날 그가 눈물을 글썽이며 찾아와 '내가 드디어 해냈다' 고 하더군요" 재활간호사 로렌스의 증언이다.

매케인은 42세 되던 79년 하와이의 한 장교파티에서 25세의 신디를 만난 뒤 그녀에게 홀딱 빠져 버렸다. 80년초 매케인은 본부인 캐롤과 이혼하고 신디와 재혼했다.

불가사의한 것은 이 결혼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세 자녀는 처음엔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새 엄마야 무슨 잘못이 있느냐" 며 관대했다.

매케인은 조강지처를 버린 데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 결국 그의 친구들이 다시 돌아왔고 세자녀도 4년만에 아버지를 용서했다. 전처인 캐롤을 포함해 이들 모두는 현재 매케인의 선거운동을 적극 돕고 있다.

매케인은 신디와 재혼한 뒤 맥주재벌인 장인의 힘을 빌려 처가 동네인 애리조나에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전처인 캐롤이 "지금도 매케인을 사랑한다" 면서 인터뷰는 사절했다고 전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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