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회의 명암] "내집터에 요양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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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70대 할아버지가 30년간 살던 자신의 집과 땅을 치매노인 요양원 등 사회복지사업에 써 달라며 일선 구청에 기증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김용기(金容基.72)할아버지. 金할아버지는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진영호(陳英浩)구청장에게 성북구 장위1동 자신의 집(67평)과 땅(78평)에 대한 등기부등본 등 권리관계 서류 일체를 전달했다. 시가로는 4억5천만원 상당.

金할아버지는 "기증단체를 물색하던 중 복지업무를 맡고 있는 구청에 맡겨 꼭 사회복지사업에 쓰도록 하고 싶었다" 고 말했다.

이날 金할아버지는 이름과 사진촬영을 요구한 구청직원들에게 "대단한 일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 며 거절하다가 끈질지게 요구한 직원들에게 이름 석자만 가르쳐줬다.

金할아버지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공부한 뒤 귀국, 공인회계사.숙명여대 강사 등을 하다 1982년 부인 崔정희(69)씨.2남과 함께 호주로 이민갔다. 호주 국제공인회계사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자는 제의가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집은 조카가 관리해 왔다. 1년에 한번 정도 귀국한 金할아버지는 "지난해 12월 헌납을 결정했으며 사회복지사업에 유익하게 활용됐으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金할아버지는 헌납한 일이 정리되는대로 다시 호주로 갈 예정이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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