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죽음 준비할 시간 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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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의사들은 자신의 환자에 대해 비교적 느긋한 듯 하다. 곧 죽을 환자도 좀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말기환자가 인생을 정리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특히 여명에 대한 예측을 길게 잡음으로써 환자가 치료만 받다가 죽는 예도 많은 것이 의료 현실이다.

미국 시카고의대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와 엘리자베스 레이먼트 교수팀은 암.에이즈 등 불치병을 앓는 말기환자 5백4명을 진료한 3백43명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환자의 여명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했는지를 조사해 의학권위지인 BMJ 최신호에 실었다.

결과는 의사들이 여명을 정확히 예측한 경우는 환자 다섯명중 한명에 불과했다. 60% 이상의 환자에선 평균 다섯배 이상 여명을 길게 예측했으며 17%에선 실제보다 짧게 예상했다.

또한 환자의 여명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한 의사는 대부분 환자 경험이 많은 의사로 밝혀졌다.

크리스타키스박사는 "담당의사 혼자서만 말기환자의 여명을 예측하는 것보다는 다른 의사의 자문을 받아 함께 여명을 생각하고 예측할 경우 정확도가 더 높았다" 고 설명한다.

선진국에선 여명이 3개월 정도 남아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선 적극적인 치료보다 호스피스에 전원되는 것이 관례다.

통증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도록 도와준다는 것.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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