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적자속 원화강세' 대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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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다.

무역적자 속 원화가치는 계속 절상(환율은 낮아짐)되고 있다. 무역수지 면에서는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서 달러가 빠져 나가지만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많이 들어와 원화가치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넘치는 달러를 서둘러 흡수하기 위해 21일 1조원의 외평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연초 달러당 1백3~1백4엔을 오갔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주 1백10엔대로 높아졌다.

미국이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앞으로도 두어차례 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이어서 달러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떨어지는 엔화가치만큼 절하되어도 시원찮은데 원화가치는 절상되고 있으니 수출 길이 힘들다.

이런 판에 최대 수입품목인 유가는 오르는데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마저 비수기인 겨울철을 넘기면서 강세다.

이같은 상황은 바로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져 지난달에 이어 2월에도 무역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로선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지만, 연간 무역흑자를 정부 목표(1백20억달러)보다 적은 1백억달러 이내로 보는 민간 경제연구소도 있다.

지난주 배럴당 30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는 금주에 다소 진정될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들이 미국의 압력과 전세계적인 수요 감소를 우려해 오는 4월 이후 원유 생산량을 조금 늘릴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이 거래소를 능가했다. 지난 17일에는 거래량도 코스닥이 더 많았다. 이러니 '아직도 거래소 시장에 투자합니까' 란 말이 나돌 만도 하다.

맏형인 거래소 시장에서 동생 뻘인 코스닥으로 자금이 빠져 나가는 현상은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러다가 지난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처음으로 나스닥으로 옮긴 것처럼 국내에서도 거래소 시장에서 코스닥으로 물러앉겠다는 상장사가 나올 지도 모른다.

지난해까지 코스닥 시장에 별로 입질하지 않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말부터 치고 빠지는 식의 단타매매까지 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스닥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금은 2천억원선이었는데 올들어 1조원으로 불어났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핫머니 성격의 빈번한 자금이동과 불법 외화 유출입을 감시하기 위한 대책반을 3월초에 구성하기로 했다. 요즘 주가에 신경쓰는 기업이 많다.

지난해 영업실적은 유례없이 좋았는데 최근 주가가 맥을 못추자 다음달 주총에서 주주들의 주가 떠받치기 요구가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주주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경영이 강조되는 터다.

포항제철이 오는 25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형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기업설명회 등 다양한 주가관리 방안과 주총 표적 피하기 대책이 관심을 끄는 한주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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