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손발된 '휠체어 택시'… 진주·김해등서도 실시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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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4년만에 백화점에서 쇼핑을 해 봤습니다. 직접 물건을 고르면서 살아 있음이 축복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1급 장애인 朴모(46.창원시 반림동)씨가 경남도에서 운영하는 '휠체어 택시' 를 이용해 본 소감이다.

朴씨는 지난 86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매달 한 두 차례 집과 병원을 오가는 일 외에는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없었다.

가족들의 등에 업혀 택시를 타고 병원을 오가는 일만 해도 너무나도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朴씨는 이 택시 덕택에 최근 경남 고성 친척집에도 다녀올 수 있었다.

경남도가 전국 처음으로 지난해 9월 창원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휠체어 택시' 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까지 이 택시를 이용한 장애인 등이 4백여명에 이르면서 감동의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버거씨 병으로 두 다리를 절단한 아버지가 이 택시를 이용하는 모습을 본 딸 甘모(27.마산시 회원구 합성2동)씨는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어떠한 복지정책보다도 실질적인 혜택이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고 적고 있다.

" '작은 실천' 으로 '큰 기쁨을 가져올 수 있는 대표적인 행정으로 볼 수 있다" 며 "앞으로 이 같은 복지행정을 많이 펴 달라" 는 바람도 있었다.

휠체어 택시를 이용한 장애인들의 호응이 예상보다 높은 데 고무된 경남도는 휠체어 택시 운행을 확대하기로 했다.

21일부터 마산지역까지 운행하고 올해 안에 진주.김해.통영 등 5개 시 지역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 휠체어 택시는 가족 도움이 필요 없고 거저 이용할 수 있다. 전화 한통만 하면 자봉사자와 함께 휠체어 택시가 원하는 시간에 달려온다.

승합차에 승강기가 달려 있어 휠체어에 앉은 채 오르내릴 수 있다. 운전기사는 도청소속 기능직 공무원이고 자원봉사자들이 항상 대기 중이다.

이용 목적도 치료.쇼핑.친척방문.외출 등 다양하다. 2시간 범위 안에서 이용하면 된다.

현재 창원지역에만 2대가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 경남 도내 5개 지역까지 확대되면 10여대로 늘어나게 된다.

도는 이 택시를 공무원 근무시간에 맞춰 운행하고 있지만 긴급한 경우에는 야간에도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남도 강성준(姜聖俊)사회복지과장은 "장애인들이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복지정책의 근본" 이라며 "장애인들이 느끼는 작은 불편부터 없애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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