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총재 관훈토론] 당총재 이회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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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8일 오전 이회창총재가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시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는 공천 탈락자들의 항의.반발로 시끄러웠다. 공천 심사로 잠을 설친 李총재 목소리는 토론회 중 낮은 톤으로 잠겨 들었다.

李총재를 수행 중인 측근들은 당사 상황을 전화로 체크하느라 토론회장 주위를 부산스레 움직였다.

그런 속에서 李총재는 모범답안을 내는 것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소화했다. '비례대표 공천 때 공천헌금을 받을 것이냐' 는 질문에는 "받지 않겠다" 고 간결하게 답했다.

'그렇다면 특별당비를 받을 것이냐' 는 추궁이 이어지자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는 일은 없을 것" 이라면서도 "당원으로서 헌금을 내는 것은 모르겠다" 고 여지를 남겼다.

3金정치 청산,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 건전한 자본주의 활성화 등 기존입장도 그대로 반복했다.

그러면서 까다로운 질문에는 가벼운 농담으로 피해가는 여유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명예총재의 2여(與)갈등을 어떻게 보느냐' 는 물음에 "나는 정치9단이 아니라 그분들의 뜻을 모르겠다" 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홍사덕(洪思德)선거대책위원장의 한나라당 합류를 비판적으로 묻자 "철새는 추운 데서 따뜻한 데로 가는데 洪의원은 추운 야당으로 왔으니 철새가 아니다" 고 반박했다.

3金을 평가해 달라는 주문에는 "정치선배인데 단점을 말할 수 있겠느냐" 고 웃어 넘겼다.

그의 답변은 경제관련 수치나 전문용어를 구사할 때 돋보였다. 외환보유액.외국인 투자유입 및 유출, 다른 나라의 경제수치도 자세히 거론했다.

토론회 뒤 당내에선 "물 흐르듯 유창한 토론회였다" 는 자찬이 나왔다. 李총재의 측근은 "2백개 예상질문을 만들었다. 하루 전에 소속의원 10여명과 질문.응답 연습을 했다" 고 전했다.

당 일각에선 "준비한 교과서에 충실한 모범생 같은 느낌" 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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