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의원 수사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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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검찰의 1차 조사가 끝남에 따라 앞으로의 검찰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밤샘조사를 통해 언론장악 문건 고소사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등 鄭의원이 고소.고발당한 9건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모두 마쳤다.

그러나 鄭의원이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신문만 있고 답변은 없는 불완전한 조사가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鄭의원을 다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지검 정상명(鄭相明)2차장검사는 "이제 鄭의원에 대해 1차 조사를 마쳤을 뿐" 이라고 말해 추가조사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검찰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한두 차례 더 조사를 시도하는 등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鄭의원의 태도다. 그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검찰에 한번 조사받는 것으로 충분하며 다시 소환하더라도 절대 응하지 않겠다" 고 분명히 밝혔다.

검찰은 긴급체포 실패처럼 무리하게 鄭의원을 소환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묵비권으로 일관된 조사라도 형식적으로는 신문조서의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증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인 조사 등 다른 보강 증거로 鄭의원의 유죄를 입증해낼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추가 조사 없이 기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검찰은 사법처리 시기와 수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닫고 있다. 사건의 실체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처리 시기는 4월 13일 총선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미리 결정했다가는 검찰이 자칫 정치 논쟁에 휘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법처리 수준은 내부적으로 불구속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데다 鄭의원을 구속 기소하면 명예훼손 사건으로 고소.고발당한 다른 여야 의원들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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