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다움을 찾는 길-'남성 심리학자가…'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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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요즘 남자는 동물원에서 자란 호랑이 같다. 남자아이의 영혼은 어려서부터 시들기 시작해 어른이 될 무렵이면 미처 개발되지 않은 거대한 에너지를 간직한 채 혼돈과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남성 심리학자가 남자에게 말하는 남자의 생(生)' (원제 : Manhood.스티브 비덜프 지음.김훈 옮김.북하우스.8천원)은 이런 위기의 남자들에게 남자다움을 찾는 길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저자는 부모의 역할과 자녀양육등에 대한 저술활동과 강연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사회심리학자. 그가 진단한 남자들의 위기상황은 간단하다.

여성의 적들은 대체로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바깥세계에 존재했다. 그러나 남성의 적들은 남성 자신의 내면에 존재한다' 는 것이다.

여성들은 세상의 억압을 극복해야 했고, 실제로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의 운동을 통해 많이 극복했다.

반면 남자들은 산업화이후 자신을 옭아맨 감옥으로부터 벗어나야한다. 그 감옥이란 '외로움' '강요된 경쟁' '정서적인 소심함' 등이다.

책은 여성이 자신을 찾아보고자 펼쳐온 페미니즘(여성운동)과 반대되는 의미에서 '남성운동' 을 주장한다.

여성운동이 남성이 지배해온 사회구조에 대한 싸움이었다면, 남성운동은 남성 스스로가 자신을 찾아가는 운동이다.

남성이 찾아야할 남성다움은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인간상이다. 구체적으로 편안하고 자신있는 자세로 좀 더 나은 결혼생활이나 직장생활을 꾸려가고, 좀 더 많은 친구들과 사귀며, 아들.딸에게 진취적인 삶의 모델을 보여주는 일이다.

저자가 요약한 '성숙한 남성으로 발전하는 7단계' 는 ▶아버지와 화해하기 ▶자신의 성욕에서 성스러움을 발견하기 ▶동등한 자격으로 배우자와 만나기 ▶자녀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 ▶참된 남성친구들을 사귀는 법을 배우기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을 갖기 ▶자신의 야성적인 영혼을 해방시키기 등이다.

저자는 남성들의 자아상실이 산업화와 함께 시작됐다고 본다. 가족들과 떨어져 공장으로 일하러 나가면서 성인 남자는 가족을 잃었고, 남자아이는 아버지를 잃었다는 것이다.

남성의 상실을 오랜 역사적 맥락속에 있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보면서도 이야기를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예들을 통해 풀어감으로써 읽기쉽게 만들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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