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세청 '탈세와의 전쟁' 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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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국세청(IRS)이 새삼 '탈세와의 전쟁' 을 선포하고 나섰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찰스 로소티 미 국세청장은 IRS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지방 세무서장 6백65명을 다음달 시카고로 소집, 탈세 방지를 강력히 주문할 예정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2001회계연도 예산안에서 IRS 예산을 올해보다 9% 많은 88억4천만달러로 책정했다. 13년 만에 최대로 증가한 IRS 예산안에는 회계감사요원 6백33명, 징수요원 33명 등 1천6백여명을 충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IRS는 늘어나는 인력으로 연소득 10만달러 이상의 자영업자.전문직 종사자의 탈세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들은 최근 IRS의 기능이 약화, 탈세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IRS 관계자는 "장기호황으로 기업.자영업자 등의 수익이 크게 늘었는데도 세금은 오히려 덜 내고 있다" 며 "기업들의 경우 1991년에는 평균적으로 수익 1달러에 91센트가 과세 대상이었으나 98년에는 70센트로 줄어들었다" 고 말했다.

IRS는 급격한 인째㉲?때문에 징세 업무에 구멍이 생겼다고 말한다. 정규직원이 93년 9만7천여명에서 올해에는 8만1천여명으로 16%가 줄었으며, 특히 회계감사요원은 97년 이후 2천여명이 퇴직했으나 거의 충원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년 전에는 연간 개인소득 신고자 63명 중 한명꼴로 실사를 했으나 올해는 3백명 중 한명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자영업자를 세무조사해 징수한 세금도 96년 3백80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50억달러로 87% 감소했다.

2년전 개정된 IRS 법에 따라 IRS 직원 3천명이 24시간 안내전화 등 새로운 서비스 업무에 투입된 것도 업무부담을 가중시킨 요인이 됐다.

충분한 증거없이 세무조사를 하면 직권남용으로 처벌받는 등 업무요건이 까다로워져 복지부동 분위기도 확산됐다. IRS 직원들은 "IRS가 징세라는 본연의 업무보다 대민 서비스 강화 등 지엽적인 사안들을 우선시해왔던 데서 빚어진 결과" 라고 말하고 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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