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사태 해법 놓고 각국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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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제사회가 러시아 연방 내 체첸 분쟁의 해법을 놓고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남부 북(北)오세티야 공화국 학교 인질극은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번 참사가 체첸 반군 세력에 의해 주도됐음이 확실해지면서 러시아 정부는 대(對)체첸 강경책을 강화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한 주요국의 반응은 엇갈린다.

◆ 정치적 해결론=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체첸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앞으로도 온건한 체첸 반군 지도자들과 접촉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범들과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며 체첸 반군과의 대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미국이 반군들과 접촉하는 것을 비난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을 브뤼셀이나 백악관으로 불러 협상을 하지 그러느냐"며 얼굴을 붉히기까지 했다. 미국은 올해 초 체첸 반군 지도자인 아슬란 마스하도프의 특사인 일리야스 아흐마도프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었다.

미 국무부 발표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8일 "아흐마도프가 테러에 연루된 사실은 미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발끈했다.

◆ 테러기지 선제공격론=8일 유리 발루예프스키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전 세계 테러기지를 선제 공격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해할 만한 반응"이라고 했고, 미국 백악관 측의 한 고위 관리는 "모든 국가는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찬성 입장을 말했다. 반면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아무리 강한 나라라도 일방적인 방식으로 테러와 싸울 수는 없다"며 러시아의 입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외국에서 군사행동을 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테러"라며 러시아의 선제공격론을 정면 공격했다.

모스크바= 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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