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안 해결 요구 총선앞두고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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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민주당 강북을지구당(위원장 趙舜衡) 사무실에는 요즘들어 하루 평균 30여명의 민원인들이 찾아 온다.

민원 가운데는 미아리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시유지 매입용도로 빌린 융자금에 대한 이자율을 낮춰 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가 이미 지난해 8월 이 민원을 받아들여 이자율을 연 8%에서 5%로 낮춰주었는데도 더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법적으로 해결이 어렵거나 거액이 드는 지역 현안 해결을 요구하는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표' 를 무기로 현역의원과 출마 예상자, 정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충북 청주지역 기관.단체장들로 구성된 '청주경제발전협의회' 는 최근 열린 정례협의회에서 조흥은행 본점의 청주 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충북은행이 퇴출돼 충북지역에 지방은행이 없는 만큼 충북은행을 흡수한 조흥은행 본점을 청주로 옮겨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충남지역에서는 서해안 산업철도(천안~당진~서산~태안간 총연장 1백20㎞) 건설 문제가 지역 주민들 민원의 단골 메뉴. 지난 1980년대 초부터 선거철마다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사업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이 고조되자 일부 예비후보들은 벌써부터 주요 선거 공약으로 거론하고 있다.

전주에서는 최근 민주당 덕진지구당(위원장 鄭東泳의원)에 모 아파트단지 주민 2백여명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단지내 우체국 신설 민원을 접수했다.

이 지구당의 평소 민원은 한달 8건 정도였으나 총선이 다가오면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민주당 부산 북.강서을지구당(위원장 盧武鉉)도 요즘 주민의 민원 해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지구당 사무실을 낸 이후 한달새 2백여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그린벨트 해제 등 들어주기 어려운 내용들이 있다.

대구시도 국채보상로에 있는 중앙지하상가 재개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말 건축한지 20년이 넘은 낡은 건물을 현대적 유통시설로 재개발하기 위해 기본 계획을 고시한뒤 상반기 착공 방침을 밝히자 이곳 4백여개 점포 주인들이 '개발 반대' 를 주장하며 여당 대구시지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 강북을 지구당의 한 직원은 "선거 때만 되면 민원이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어나며 심지어 민.형사소송과 관련된 개인적 민원도 들어온다" 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기환.최준호.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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