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물량 여전히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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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컴퓨터 품귀 현상이 올들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초.중.고교가 일제히 개학해 1월보다 판매량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졸업.입학 시즌을 앞두고 선물 수요가 겹쳐 물량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컴퓨터 판매량은 26만7천대로 지난해 1월(14만5천대)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12월(25만3천대)과 비교해도 1만여대가 많은 것이다.

컴퓨터는 통상 방학이 시작하고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 판매량이 연중 최고에 달했다가 1월엔 한풀 꺾이게 마련이다.

올해는 1월 판매량이 12월치를 초과하는 기현상이 생기면서 품귀사태를 가져왔다. 수요가 폭증하자 유통업체의 재고는 바닥났고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의 인기모델은 주문한지 3일, 길게는 1주일 이상 기다려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조립PC는 값까지 올랐다.

서울 용산 전자랜드21의 장영일 계장은 "지난해 12월은 하루 평균 20대 정도 팔았으나 요즘에는 60대, 주말에는 1백대가 넘기도 한다" 며 "삼성 펜티엄Ⅲ는 3일은 기다려야 한다" 고 말했다.

전자랜드21은 고객이 몰리자 판매상담원을 2배로 늘렸고 일부는 예약만 받아놓는 등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선릉대리점 이경훈 주임은 "매직스테이션 M6300시리즈 제품 중 일부 모델은 이달 초 본사에 요청했으나 아직 납품이 안됐다" 며 "요즘에는 물건이 없어 못파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도 삼성.삼보 등 인기모델은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물량이 달리고 있다.

물량이 부족하자 조립PC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 테크노마트 박상후 차장은 "조립PC도 펜티엄Ⅲ급 제품은 4~5일을 기다려야 한다" 며 "최근 1백15만원짜리가 1백20만~1백23만원으로, 1백30만원짜리는 1백33만~1백36만원으로 오르는 등 평균 5% 가량 값이 올랐다" 고 말했다.

수요가 갑자기 늘자 삼보컴퓨터는 지난달 생산량을 55만대로 10만대 늘렸고, 삼성전자.현대멀티캡은 증산을 서두르고 있지만 당분간 물량부족을 채우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마케팅 담당자는 "월 12만대인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지만 당장 졸업.입학시즌 특수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며 "4월 초까지는 컴퓨터 물량부족 현상이 풀리지 않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내년부터 초등학생 컴퓨터 교육을 의무화하고 2002년부터 대학입시 전형자료에 컴퓨터 사용능력을 반영한다는 내용의 '초.중.고 정보통신기술 교육 의무화' 계획도 컴퓨터 수요를 자극할 요인이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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