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세상] 킬빌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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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면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시간 :137분
화면비 :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2.35:1
사운드 :돌비 디지털 5.1/DTS
자막 : 한국어.영어 제작사 : 스펙트럼
영화 ★★★★
화질 ★★★★
음질 ★★★★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복수의 맹세를!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을 대학살극으로 변모시킨 다섯 악당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지옥에서 부활한 신부, 그녀가 돌아왔다. 전편이 비운의 신부 브라이드(우마 서먼)의 비장한 복수에 초점을 맞췄다면 무덤에서 부활하는 신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속편은 캐릭터들의 내면과 사건의 전모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무게를 뒀다.

쿵후 영화에서 서부극까지, 1970년대 대중영화를 근간으로 동서고금 영화사 100년을 아우르는 퀜틴 타란티노의 야심을 소화하기에는 연작조차 부족했던 것일까? DVD에서는 마치 또 다른 외전처럼 스크린에서는 못 다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6분가량의 제작 다큐멘터리에서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내는 타란티노의 이야기는 영화를 보다 흥미진진하게 한다.

감독의 말대로 1편이 홍콩 쿵후 영화와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 서양적인 것을 가미한 것이라면 2편은 좀더 서양적인 장르인 서부극, 그 중에서도 마카로니 웨스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1편에 왕년의 액션 스타 소니 치바가 있었다면 2편에는 홍콩 쇼 브러더스의 간판스타였던 유가휘와 인기 TV 시리즈 '쿵후'의 주인공 데이비드 캐러던이 있다. 바로 빌, 제목에서까지 죽여야 할 악의 화신인 '빌'이다. 그런데 2편에서는 그는 오히려 연민을 자아내는,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고독한 남자로 그려진다. '쿵후'주인공의 고독한 영웅 이미지를 고스란히 가져온 것이다.

뻔뻔함이 지나쳐 진지하게 여겨지는 과거 영화에 대한 인용과 백과사전적인 지식, 그 위에 독창성까지 갖춘'킬 빌'은 우마 서먼 등의 등장인물이 한결같이 입을 모으듯 '오직 타란티노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모은영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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