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제로금리' 시행 1년…민간수요 안늘어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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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단기금리를 0%로 묶어두는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이 12일로 1년을 맞는다.

일본은행은 지난 1년 동안 디플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정책을 시행해왔다. 기업에 자금지원을 늘리고 주가를 띄우면서 의도적으로 적당한 인플레를 일으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였다.

일은의 계산대로 경기는 지난해 플러스 성장(0.6% 추정)으로 돌아섰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지난해말을 분기점으로 증가세로 반전했다.

주가도 꾸준히 올라 닛케이 평균이 이번주 한때 20, 000엔을 돌파했다. 엔고(高)를 막는 데도 효과를 봤다.

그러나 제로금리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우선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

설비축소.대량감원을 단행해야 할 기업들이 주가가 오르는 바람에 오히려 투자확대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은행들의 긴장감도 슬슬 풀리고 있다. 예금자에게 줄 이자부담이 없어져 경영압박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경우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 없고 인플레가 예상된다면 소비를 늘리는 것이 상식인데 일본인들은 '오히려 이자수입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예금원금을 늘렸다.

이 때문에 제로금리는 일본의 민간수요를 자극하는 데도 별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저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은은 제로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키로 결정했다. 2년째로 접어든 제로금리가 앞으로 경기회복에 얼마나 기여할지 관심거리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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