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처리 3당 표정] 민주당 "표갈리면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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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지도부는 9일 자민련을 향해 분한 표정을 삭이지 못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역감정 해소방안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1인2표제가 우당(友黨)인 자민련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2여(與)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시민단체 출신인 서영훈(徐英勳)대표는 당6역회의에서 "(비례대표 선출방식으로)1인2표제가 돼야 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 며 자민련쪽을 원망했다.

徐대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다른 당의 당리당략 때문에 1인2표제가 실현되지 못했다" (李仁濟 선거대책위원장) "위헌제소 방안을 검토할 것" (朴相千총무)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민련의 막후 설득을 맡았던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도 굳은 얼굴로 "연합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자세" 라고 공격했다.

익명을 부탁한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법이 처리된 뒤 金대통령의 불쾌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머지않아 (자민련의)판단착오임이 입증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충청권에 민주당 후보를 내면 당선될 곳이 많다" 며 자민련의 텃밭인 대전유성.충주 등에서 일전을 불사할 뜻을 시사했다.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도 "선거법 통과 내용이 국민 여망을 전반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실망스럽다" 고 밝혔다.

1인2표제 무산에 따른 민주당의 고민은 적지 않다. 3당이 전국에서 각축전을 벌일 경우 한나라당에 몇백표 차이로 어부지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15대 총선 때 1천표 이내로 패했던 곳이 수도권에서 12곳이나 됐다" 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한 고위당직자는 "3당의 각개약진에 대비해 지역별 여론조사를 재실시해 수도권 전략을 전면 수정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3당의 색깔.정책.인물을 차별화하는 것 이외엔 묘책이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일단 2여 공조의 틀을 깨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 당직자는 "자민련이 충청지역 석권을 위해 1인1표제를 선택한 것 같다" 며 "수도권에서 제한적 범위의 선거공조를 하는 방안을 모색 중" 이라고 밝혔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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