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규제완화 민간서 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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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일본에서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규제를 없애려 하는데 오히려 업계가 규제를 유지하자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규제옹호론의 대표주자는 도장(圖章) 및 택시 업계. 도장업계는 정부가 인.허가를 줄이고 결재단계를 간소화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불만이 많다.

금융개혁으로 도장 대신 사인으로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들에게는 큰 타격이다. 이미 다이이치간교(第一勸業).산와(三和)은행이 올해부터 통장의 인감날인제를 없애기로 했고 아메리칸 패밀리 보험도 인감없이 보험에 들도록 약관을 고쳤다.

도장의 수요가 자꾸 줄어드는데 위기감을 느낀 업자들은 요즘 자민당을 찾아가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일본 고유의 상거래관행이 사라질 위험이 있는데다 영세업자들이 대부분인 도장업계가 무너지고 만다며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택시업계도 운수성의 규제완화에 반발하고 있다. 운수성은 오는 2001년 도로운송법을 개정, 신규진입을 터주고 운임인가제를 폐지해 자유경쟁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택시업계는 택시업체를 늘리면 과당경쟁이 일어나 모두 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東京)의 택시업체들은 운수성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차 안에 규제완화 반대성명문을 걸어놓고 운행 중이다.

최종 소비자를 위한 정부의 규제완화가 계획대로 추진될지, 아니면 기득권을 지키려는 업계와 '표' 에 얽매인 정치권에 의해 결국 제동이 걸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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