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국립교향악단 해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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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교향악단(ZANSO.잔소)이 창단 75년만에 해산 위기에 처했다.

잔소는 운영을 맡아오던 공영방송인 남아방송국(SABC)이 3년전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원을 중단하자 후원기업을 물색해왔으나 끝내 이를 찾는데 실패했다.

최근 경영난에 봉착한 한 탄광회사마저 지원금을 중단하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된 것. 오케스트라는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되는 2000년 시즌의 오프닝 무대를 포기한 채 지휘자.독주자도 없이 요하네스버그에서 2회의 무료 '고별 콘서트' 를 여는 것으로 관객과 작별했다.

잔소의 해산은 백인들이 즐기는 서양음악보다 국민 대다수가 즐기는 흑인음악 진흥에 문화예산을 투자하겠다는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의 문화정책에서 기인한 바 크다.

지금까지 이 오케스트라의 청중은 백인들이었고 흑인 단원도 트럼본.첼로 파트의 두명 뿐이었다. 연간 예산은 1백50만파운드(약 30억원)나 됐지만 매표 수입은 20만파운드(약 4억원)에 불과했다.

남아공 문화과학부측은 국립교향악단을 해체하는 대신 대중 취향의 레퍼토리로 순회공연을 위주로 하는 국립오케스트라를 만들 계획.

하지만 오케스트라 총감독 돈 에자드는 "엘리트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가난한 흑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변신해왔다" 며 "흑인 마을에서 연주도 하고 흑인음악과 서양음악을 결합한 신작을 위촉해 초연하고 있다" 면서 정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남아공의 다른 3개 교향악단이 국립예술기금(NAC)공연분과로부터 받고 있는 지원금도 점점 줄고 있다.

이장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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