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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창조력 키우는 교육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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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미주 중앙일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07년까지 아이비리그를 비롯해 14개 미 명문대학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명 중 학과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학생은 784명(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학생들의 중퇴율은 같은 기간 미국 학생 전체의 평균 중퇴율 34%보다 훨씬 높았다. 이처럼 한인 학생들이 외국 대학에서 학업을 중도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입시 위주의 암기식 공부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암기식 공부에 익숙한 상태에서 미국 대학의 창조 능력을 요구하는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정해진 규칙 아래 문제의 배후에 있는 통일된 표준답안을 찾아내는 훈련을 받아왔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아이들에 비해 쉽게 규범에 구속되고 속박된다. 이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가로막는 큰 장벽이다.

그럼 이처럼 획일화된 문화와 교육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상상력과 창조력을 길러줄 것인가. 첫째, 학교교육에서 ‘지식’과 ‘창조’의 단절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문화 전통은 학교, 가정, 어른들 모두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지식 습득, 즉 인류가 창조한 문화유산을 학습하고 계승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상상과 창조는 성인 이후의 일이었다. 이러한 죽은 지식 쌓기, 즉 소위 말하는 ‘지식’이 우선이고 ‘창조’는 이후라는 이분법적 교육 방식은 학교교육에서 상상력과 창조력의 배양을 소홀히 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이제라도 지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지식과 창조가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둘째, 학교제도나 입시제도가 상상력·창조력을 갖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리의 교육 상황에서 우수한 학업 성취 능력을 갖추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정 범위 내에서 뛰어난 사고능력과 빠른 대뇌 반응 그리고 지식을 재는 문제에 오답을 내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창조 능력은 사고 범위가 제한되지 않고, 깊이 사고하며,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향상되는 것이다. 유대민족은 지금까지 170여 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지능지수가 우리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들의 지능지수는 95점으로 세계 29위인데, 한국인은 106점으로 세계 2위다. 유대인이 노벨상을 많이 받는 이유는 좋은 질문을 좋은 답보다 더 많이 하도록 하는 이스라엘의 창조 능력 배양 중심의 교육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암기 위주의 죽은 지식 쌓기 교육을 상상력과 창조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과감히 바꿔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학교교육과 입시제도에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상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