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신방과 특차합격 탈북자 한수정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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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모와 함께 지난해 1월 귀순한 탈북 여학생이 올해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특차 합격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수정(韓秀貞.20)양.

"합격비결이 뭐냐" 는 질문에 그녀는 "시험 전날 오른쪽으로 누워 자면 성적이 좋게 나온다고 해서 그대로…" 라고 재치있게 받아 넘겼다.

장래 신문기자가 되겠다는 韓양이 대학진학을 결심한 것은 탈북자 정착교육을 마친 지난해 6월. 이때부터 韓양은 검정고시 학원(서울수도학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공부에만 매달렸다. 죽을 각오로 탈북할 때의 결심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수학은 만점을 받을 만큼 자신이 있었고 영어도 북한에서 열심히 했던 터라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정작 어려웠던 건 국어와 국사였다고 한다.

"우리 고전문학이 너무 생소했고 또 북에서는 김유신을 '당나라 군에 나라를 팔아 먹은 매국노' 로 배웠는데 여기선 위인으로 소개돼 당혹스러웠습니다.

"

아버지 한태철씨(48.한국전력)는 평양과학원 수리공학 연구사였고 어머니 김길선씨(45)는 제2자연과학출판사 기자 출신.

평양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난 韓양은 남부럽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반체제 발언으로 함북 김책시(金策市)로 추방되는 바람에 대학진학을 포기, 선박 기능공으로 전락하게 됐다.

연세대 합격소식을 듣고는 3년전 압록강을 건너 1년 넘게 중국땅을 헤메던 일이 떠올라 "큰 눈물을 쏟았다" 고 그녀는 말한다.

막상 등록금이 걱정되지만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대학생활을 준비하느라 사뭇 들떠 있는 모습이다.

한편 韓양의 어머니는 지난 97년 귀순한 황장엽(黃長燁)씨의 서류정리를 돕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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