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재경부도 모른 경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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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일 과천 경제부처와 증권시장은 김유배(金有培)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검토 발언이 전해지면서 긴박하게 돌아갔다.

오전 9시30분: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방안을 금융종합과세와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 (김유배 수석) 오전 11시 증시: 종합주가지수 959에서 925로 급락. 오전 11시30분 재정경제부 긴급 기자회견: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사안이나 현재로선 검토한 바 없다. " (최경수 재경부 재산소비세제심의관) 오후 3시 증시: '주가 945까지 반등하다가 928.75로 마감' .

이날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 등 경제장관들은 金수석의 발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아침부터 청와대에 모여 8일로 다가온 대우채 환매대책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있었다.

사태가 확산되자 金수석은 이날 저녁 "당장 추진해야 할 현안이 아니라 향후 부처간 협의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 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도 2일 오전 "장기적 정책과제로 복지정책의 추진방향을 이야기한 것이지 지금 실시한다는 것은 아니다" 라고 거듭 해명했다.

金수석 발언의 파장은 이헌재장관이 2일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당분간 실시할 계획이 없다" 고 잘라 말하면서 겨우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어이없다" (D증권 K상무)는 것이다. 책임있는 당국자가 정부내에서 제대로 협의도 되지 않은 내용을 공개석상에서 발표해서 충격을 주고는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다" 고 물러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재경부 관계자는 이날 소동을 지켜보며 "사전에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 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발표내용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던 청와대내 경제수석실에서도 '유감의 뜻' 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해프닝이 되풀이되면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도 많다. 물론 金수석이 고의로 시장을 망치려고 이런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문제가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점도 인정이 된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은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이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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