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 단체장 어떤 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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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판 위력은 의외로 막강하다. 수도권 민주당 L의원은 "단체장은 동장-통장-반장으로 이어지는 공조직의 임명권자인데다 20여개 관변단체를 좌우하고 있어 지역 여론형성에 만만찮은 힘을 행사한다" 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선거관계자는 "단체장이 갈리면 자신들도 물갈이된다는 것을 아는 중간 간부들도 단체장의 성향을 따라가는 분위기가 있다" 고 전했다. 식당.술집 등 관내 모든 영업장의 인허가.위생단속권도 지자체장이 쥐고 있다.

서울 S구에선 "지난 지방선거 때 줄을 잘못 선 지역유지의 가건물이 철거당했다" 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여야 총선 후보들은 단체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경찰 정보에 기댄다. 수도권 여당의원 L씨는 단체장이 지역 유지 모임에 자기쪽 인사를 배제해 자체 정보 수집이 어려워지자 경찰 정보과에 단체장의 동정을 탐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1월 경찰간부 인사에서 여당 관심지역에 호남 출신 서장들이 집중 배치됐다" 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장이 참가하는 행사에 '조직원' 을 심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나라당 수도권 출마예정자 S씨의 조직원들은 아예 소형 녹음기로 단체장 연설을 녹음하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같은 당 소속 시.군.구 의원들을 적극 활용한다. 서울 지역 한나라당 출마자 C씨는 소속 구의원과 연계해 구청장의 선심행정 사례를 추적 중이다.

한편 일본.미국.영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도 단체장이 직위를 이용, 선거개입을 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한다.

일본의 경우 시정(市政)보고회 때 단체장의 의원 업적홍보는 당연히 처벌대상이다. 부하 직원을 동원하거나 인허가 등 권한을 이용한 선거운동도 할 수 없다.

미국은 다만 선거법이 아니라 공무원 윤리규정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획취재팀〓이상렬.서승욱.조민근 기자

제보전화〓02-751-5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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