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총재, 공천개혁 해낼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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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의 신년 기자회견은 총선을 앞둔 시점이긴 하지만 중요한 비전의 제시보다 집권 정부에 대한 공세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는 그가 현 정권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패와 지역주의의 심화, 관치(官治)경제 강화와 특히 관권.탈법선거에 대한 우려에 부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원내 최다의석을 가진 야당으로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번 선거는 김대중(金大中)정권 2년의 성과에 대한 중간평가다. 그러나 그동안 한나라당은 과연 국제통화기금(IMF)난국극복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특히 지난 2년간 국회 파행운영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또 이번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보여준 한나라당의 자세는 대단히 비개혁적이었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겠다고 했다가 뒤집고, 선거구획정위 안을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해놓고는 다시 조건을 단 것도 한나라당이었다.

시민단체 낙선운동의 법적 문제점을 따지면서 낙천명단은 과감히 수용하겠다는 등 어중간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특히 李총재의 '과감한 공천개혁' 발언에 주목한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때의 마구잡이식 영입으로 당내 사정이 복잡하게 엉클어져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에는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명단이 아니더라도 부패하고 문제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그대로 둔 채 새 정치세력 창출을 주장하면서 지지를 요구하는 것은 눈가림수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이 새로운 이미지를 주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마도 한나라당은 앞으로 계파보스니 지역중진이니 하는 인사들의 지분 요구로 공천파동이 크게 한번 벌어질 것이다.

李총재는 또 시민낙선운동을 이용해 1인체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3金정치 폐단을 줄기차게 비판해온 李총재가 과연 밀실공천.보스정치의 벽을 허물면서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 국민은 이를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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