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밀실공천은 '제도화된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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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총선 출마를 바라고 지난해 말 정계에 입문한 두 정치 신인의 '고백' 이 화제를 낳고 있다. 민주당 공천을 희망하던 유기홍(柳基洪).임삼진(林三鎭)씨가 화제의 인물이다.

지난 몇달 동안 이들이 뼈저리게 느낀 것은 밀실공천 관행과 신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선거법조항 등 '기성 정치권의 모순과 횡포' 였다고 한다.

특히 林씨는 '민주주의의 학교가 돼야 할 정당을 비민주적인 곳으로 변질시키는 제도화된 폭력' 장치가 밀실공천이라고 통렬히 비판한다.

재야운동가 출신인 柳씨는 지난 몇달간의 '선거법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럽다며 아예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이들의 이유있는 고백과 항변을 선거철 에피소드 정도로 치부해선 안된다고 본다. 정치 신인을 좌절시키는 이런 풍토가 여당만의 것일까. 林씨는 공천을 받으려고 새벽마다 유력자의 집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젊은 피' 들의 모습에 절망했고, 자신도 재야 원로인 장모와 함께 핵심 실세를 만나러 다니면서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고 고백했다.

지금같은 일방통행.밀실공천 풍토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정치인 대다수가 겪는 수모고 참담함일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 지도부는 전문성.개혁성 같은 그럴 듯한 공천 기준을 내세우면서 정작 민주적 투명한 공천방식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다.

오히려 시민단체의 낙천운동을 정당 보스의 공천권 강화에 이용하려는 듯한 기색마저 엿보인다. 지금 불고 있는 국민적 선거혁명 요구는 몇몇 비리 정치인 낙천에 있지 않다.

비민주적 공천과정의 혁파를 겨냥하고 있다. 여야 총재부터 나서서 이번 총선부터 돈이나 인맥, 맹목적인 충성심 따위에 좌우되는 밀실공천을 배격하고 민주적 공천방식을 제도화하는 계기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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