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보증 '밑빠진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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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주택업계의 민원에 따라 아파트분양보증업체인 대한주택보증(옛 주택공제조합)에 또다시 자금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옛 주택공제조합 부실문제가 터진 지난해 6월 조합의 자본금을 대폭 감자한 후 5천억원을 출자했으며 채권금융기관도 1천6억원을 출자전환해준 바 있다. 이와 함께 주택업체에 대한 보증수수료를 2~3배 수준으로 올렸다.

31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대한주택보증과 주택업계는 지난해 11월 건교부에 기존 금융기관 대출금의 금리 부담 등을 이유로 국민주택기금에서 1조원을 장기저리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주택보증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저리 자금을 받을 경우 절감되는 이자비용을 주택건설업체들의 보증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건교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구노력을 전제로 일부 금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건교부는 우선 1천억원 정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6월의 정부출자 조치 이후 대한주택보증의 경영이 별로 악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 세금이나 다름없는 국민주택기금 자금을 또다시 지원하는 것은 '과잉지원' 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의 지난해말 부채는 1조4천7백억원으로 정부출자조치 직후와 큰 차이가 없다.

이향렬 대한주택보증 사장은 "보증수수료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고 주택경기 회복에 따라 채권회수도 잘 되고 있어 경영악화 요인은 없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차입구조를 건전하게 만들어 수수료를 인하해달라는 업계 요구가 있어 지원을 건의하게 됐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 윤주현 박사는 "서민 주택지원이 목표인 국민주택기금을 주택업체의 보증 부담을 덜어주는데 투입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면서 "정부는 대한주택보증에 무한정 지원을 해서는 안되며, 보증의 수혜자인 주택업체들이 추가출자 등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토록 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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